새해 벽두부터 거리로 내몰린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에게 전례없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이 3일 오전부터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자 공중파 3사 카메라를 비롯해 많은 언론사들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당일 홍대 청소노동자 집단 해고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면서 전체 리트윗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쯤되면 학교에서도 부담을 느끼고 청소노동자들과 대화하자고 나올만도 한데, 의아한 것은 학교가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학교 사무처 안에서 140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오늘로 이틀째 잠을 자고 밥을 먹어도, 이를 무시할 뿐입니다.
청소노동자를 대화상대로 본다면 이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홍대 청소노동자들이 꼭 승리해야만 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투명인간’혹은 ‘유령’등으로 불리며, 이런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홍대 청소노동자들은 3일 여느때와 같이 출근을 했다가 관리자로부터 “계약해지가 됐으니 집으로 가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전 통보도 없었습니다. 길게는 10여년 이상 학교를 쓸고 닦은 노동자를 이런식으로 내몰면서 이들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습니다.
한달 9000원의 점심값으로 점심시간에는 계단 아래 대기실 등에서 밥을 먹을때면 “냄새난다”는 비난을 하던 사람들입니다. 단지 청소일을 한다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는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청소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나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대학들이 용역업체를 통해 청소노동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렇게 매년 해고를 반복하면서도 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와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입니다. 고용과 급여문제 등에 최종 책임과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데도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이런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곤 합니다. 이번 홍대 해고문제도 학교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태를 원만히 풀어보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일입니다.
세 번째로, 청소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노조를 만들면, 학교가 이를 빌미로 해고 하는 상황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대 역시 업체가 바뀌어도 매년 별탈 없이 이뤄지던 고용승계가 올해만 되지 않고, 길게는 10여년씩 일을 하던 노동자들이 모두 쫓겨났습니다. 올해 다른 점이 있었다면 노조가 만들어진 것 뿐입니다. 노조는 사회적 약자인 청소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입니다. 하지만 노조를 만들고 나면 학교나 회사, 병원 등에서 곧바로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해 집단해고 하는 일이 우리 주위에 비일비재합니다.
중앙고용정보원 2008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들의 70%가 5~60대 이며 대부분이 여성이고 한달 급여가 최저임금인 85만원에도 못미치는 74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차별 받는 대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들은 스스로로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유령”취급을 받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들이 노조를 만드는 일은 ‘사람살게 살고 싶다’는 울부짖음의 다름 아닌 것입니다. 이분들이 해고되고, 피해를 받는 이유가 돼서는 안됩니다.
네번째로 비정규직을 대하는 우리사회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사람을 대할 때 ‘효율’과 ‘이윤’을 최우선시 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일 수도 있는 이들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청소노동자들이 한달에 최소한 얼마를 가져가야 밥도 먹고, 잠도자고, 옷도 사고, 가끔 손주들에게 용돈도 줄 수 있나를 생각해보면 한달에 75만원을 준다던지, 한끼 식대를 300원으로 책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쉽게 길거리에 내몰리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이것이 홍대 청소노동자가 꼭 승리해야 하고 우리가 이 해고 사태를 끝까지 지켜봐야할 이유입니다.
홍익대는 흔히 먹고 마시고 노는 곳의 대표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이제 홍익대는 즐겁게 투쟁하는 곳의 대표가 될것 같습니다. 그 동안 철거에 맞서서 두리반에서 활동했던 인디밴드들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뭉쳤습니다.
3일 오후 6시 홍대 본관 1층 사무처 앞에서는 홍대 인디밴드인 '회기동단편선', '조한석', '쏭', '멍쿠스틱', '악어들'이 '홍대 청소노동자 아주머니들을 돕기 위한 공연'을 엽니다.
그야말로 홍대 다운 투쟁방식이고 연대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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