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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지 않고 투표하는 것이 이렇게 부러운 일인줄 몰랐다.”
지난 4월 10일 19대 총선을 하루 앞두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여성노동자는 ‘눈치보지 않고 투표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10조에는 근무시간 중에 투표시간을 보장하게 되어 있고 이것을 위반한 사업주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눈치 보며’ 투표를 해야 한다.
2011년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투표 참여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유권자 전체보다 15~20%정도 투표율이 낮으며 ‘투표를 못한 이유’가 일반유권자들은 자발적 기권이 37%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14.6%에 불과했다. 즉 85.4%는 ‘비자발적 기권=참정권 박탈’ 상태인 것이다.
비정규직 기권자 85.4%는 ‘비자발적 기권=참정권 박탈’
지난 1997년 15대 대선 이후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일반적으로는 ‘정치무관심’을 원인으로 꼽지만 1997년 IMF 이후 비정규직이 급속하게 확산되었고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정권이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권 사각지대’에 있는 수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소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치적으로도 소외되어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민주노총이 실시한 ‘노동자 투표참여 캠페인’에 신고된 사례들만 보아도 참정권 박탈은 심각한 문제이다.
투표일에 수학여행을 가서 교사들의 참정권을 박탈한 사례, 군 제대 후 10년 넘게 한 번도 투표를 하지 못했다는 운수노동자, “투표일은 오히려 손님 더 받는 날이 돼버린다”는 서비스노동자, 투표일에 야유회를 보내는 회사, 투표일에 촬영을 강행해 출연자와 스탭들의 투표권을 박탈한 영화사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참정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야당과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 ‘참정권 확보’ 위해 함께 뛴다.
18대 대선을 3달 앞 둔 지금 징치권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청년유니온 등이 투표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뛰고 있다. 민주통합당 조성식 진선미 의원이 투표시간 연장 법안을 발의했고 무소속 심상정 의원 민주당 장하나 의원도 선거법과 근기법 개정안을 준비중이며 민주당의 중진의원들도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폭넓고 깊이있게 움직이는 단체는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9대 총선에서의 투표참여 캠페인 경험을 바탕으로 입법활동과 함께 신고센터 운영과 홍보활동을 조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참여연대 역시 입법과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고 민변은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들 역시 불안전고용 청년들의 투표권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
언론의 관심도 크다. 민주노총이 D-99를 맞은 4월 11일 기자회견을 한 후 KBS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이 '비정규직 참정권'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다.
SNS에서도 빠르게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서울대 조국 교수( @patriamea)는 9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4편의 트윗을 올려 참정권 운동 사실을 알렸고 이외수씨( @oisoo)가 이를 알티하면서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누구나 예측하듯이 18대 대선은 여야 1대1 구도로 갔을 때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각 정치세력과 정치평론가들은 아마도 투표권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수백만에 달하는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눈치보지 않고 투표에 참여할 때 대권의 향방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아니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기본 토대인 1인 1표의 보통선거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이번 18대 대선과 같은 전국동시선거일은 유급법정휴무일로 지정하고 노동자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업주는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누구나 눈치보지 않고 투표할 수 있어야 진짜 민주공화국이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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