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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7-20 11:29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 92% 찬성률로 쟁의행위 가결

글쓴이 : 진주지부

[인터뷰]"사상 첫 전국 학교 파업, '뻥'이 아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 92% 찬성률로 쟁의행위 가결

김대현 기자 kdh@vop.co.kr
한 달 가까이 진행된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92%의 압도적인 찬성율로 가결됨에 따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상 첫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전국여성노조,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등 3개 노조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는 파업에 앞서 오는 23일부터 호봉제 도입과 비정규직 철폐, 임단현 투쟁승리 등을 내걸고 교과부 앞 농성에 돌입한다.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발표를 한 시간 앞둔 19일 오전 10시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만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박금자 위원장은 “압도적인 찬성율의 배경은 바로 차별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라며 “처음 노조를 만들 때의 열정과 절박함으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92%라는 찬성율이 나오기까지 박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는 전국의 학교를 직접 발로 뛰어야 했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노조 가입 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쟁의행위 투표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전국의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니 힘들 때도 있었다”면서도 “그렇지만 '쟁의행위'라는 용어도 익숙치 않은 조합원들이 먼저 ‘지금 당장이라도 파업하자’고 말씀하시며 용기를 주셔서 오히려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무엇보다 교과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8월말까지 교과부가 교섭에 임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학교 파업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는 16개 교육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6개의 교육청만 이에 응하고 나머지 10개 교육청은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국립학교의 사용자는 교과부장관임에도 교과부는 ‘학교장이 사용자’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교과부가 이렇게 나오니 지방 교육감들은 교과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장은 “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결국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전문이다.

노조를 만들고 처음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조합원들 분위기는?

투표를 실시하며 설레이기도 했지만 부담도 있었다. 우리 조합원 대부분이 처음 노조에 가입하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대한 의미를 설명드리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면 오히려 조합원들 열기가 너무 강해서 제가 힘을 받았다. 많은 조합원들이 “지금 당장이라도 파업하자”는 분위기였다. 조합원들을 보니 앞으로 어떤 것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개별 학교마다 조합원이 흩어져 있어 투표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업장이 너무 많아 한달 가량 투표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 짧았다. 광역시의 경우 학교가 몰려 있어 괜찮았지만, 도 단위의 경우 각 단위 사업장마다 찾아가는 것은 힘든 여정이었다. 그렇지만 열정을 갖고 귀를 기울이는 조합원들을 보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의 요구조건은?

비정규직 철폐와 호봉제 도입 그리고 임단협 승리다. 현재 교육청을 상대로 교섭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결국 교과부와 중앙정부가 그 책임이 있다. 특히 호봉제 도입과 비정규직 철폐는 중앙정부와 교과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10년이 지나도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학교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이제는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6개 교육청 밖에 교섭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보수 교육감들이 교과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부가 지노위 판결과 사법부의 판례도 무시하면서 “사용자는 학교장”이라고 하니 보수 교육감들도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직 우리의 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힘이 컸다면 오히려 교과부가 나서서 교육감들에게 “교섭에 임하라”고 했을 것이다.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나? 앞으로 일정은?

일단 교과부의 태도를 주시할 생각이다. 교과부가 8월말까지 교섭에 임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파업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자신들의 권한이 아니라는 태도로 교섭을 거부한다면 사상 초유의 학교 파업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학비노조 연대회의는 서로 다른 노조가 모여 있는데 협력을 잘 되고 있는가?

노조의 명칭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처지에 있고 같은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협력하며 투쟁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쟁취를 위한 법 개정도 준비 중인가?

그렇다. 지난해 김선동 의원이 중심으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무원전환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실패했다. 그 실패를 교훈삼아 우리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14일 법안 공청회를 열 것이다. 일각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라고 매도하지만 십수년간 비정규직으로 살아오며 우리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파업에 돌입한다면 어떤 각오로 임할 예정인가?

우리가 노조를 그저 우연히 만든 것이 아니다. 더이상 차별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겠다는 신념에서 노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신념이 이번 쟁의행위를 통해 절정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이번 쟁위행위를 통해 꼭 쟁취하겠다.

또한 우리의 투쟁이 결국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에 대한 질 좋은 교육과도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삼위일체가 돼서 함께 투쟁할 날일 올 것이라고 믿는다.

학비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92% 찬성률 가결

ⓒ김철수 기자

19일 오전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학교비정규직연대 주최로 열린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및 학교비정규직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92%의 찬성율로 가결됐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는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율 84.9%에 찬성율 92.6%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됐다”며 “8월말까지 교과부가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은다면 9월 이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는 호봉제 전면 시행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목표로 내걸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는 16개 교육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10개의 교육청은 ‘학교장이 사용자’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황영미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약 20만명에 가까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도 교육노동자’라고 외치고 있지만 10개 교육청은 단체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 3개 노조가 힘을 합쳐 차별을 없애고 노동이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장 역시 “학교비정규직은 어떤 법률에도 명시돼지 않은 유령과 같은 존재”라며 “신분을 교육청 소속으로 명확하게 하는 법제도 투쟁과 함께 현장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는 오는 23일 교과부 앞 농성을 시작으로 다음달 13일에는 법제도 요구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