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경남, 출범하자마자 진주MBC 사원 ‘해고’ 등 대량 징계
통합 승인 시 조건으로 ‘노사 화합’ 언급한 방통위 무시?
진주·창원MBC 합병으로 지난 1일 출범한 MBC경남(사장 김종국)이 출범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사원 한 명을 해고하는 등 진주MBC 소속 사원 13명에 대한 대량 징계를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진주·창원MBC 합병 반대 과정에서 해고된 정대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수석 부본부장에 이은 두 번째 해고다.
MBC경남은 7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진주MBC지부에 공문을 보내 지난달 18일 진행된 인사위원회 결과를 통보했다. MBC경남은 이번 인사위원회를 통해 ‘사규 위반’ 등으로 회부된 13명 가운데 김 아무개 부국장에 대한 해고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정직 3명, 감봉 6명, 근신 3명 등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13명 전원이 중징계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MBC 감사실은 진주MBC에 대한 정기 감사를 약 4개월 동안 진행했다. 진주MBC는 정기 감사 결과 경영, 회계 부문 등에서 “회사의 비용을 부당하게 집행한 사례가 나왔고 문서를 변조한 사례 등이 중대한 비리와 함께 적발됐다”며 관련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이번 징계 결과를 통보받은 이들 모두가 진주·창원MBC 통폐합 과정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 이들이라는 점에서 ‘표적 감사’ ‘표적 징계’ 논란이 거셌다.
| |
 |
|
| ▲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진주MBC 구성원 및 지역MBC 구성원, 진주MBC지키기 서부경남연합 등 진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8일 방통위의 결정을 규탄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송선영 |
징계 받은 13명 모두 진주·창원MBC 통폐합 반대했던 이들
먼저, 해고 통보를 받은 김 아무개 부국장의 경우, 사규 위반, 횡령 및 배임 혐의 등 총 13개 이상의 혐의를 받고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검찰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한 사안까지도 혐의로 추가됐다.
당초 진주MBC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언론노조가 언론악법 투쟁을 할 당시 서울MBC가 진주MBC 지부 구성원들의 상경 투쟁에 대해 교통비를 지원한 것과 관련해 “회계상 편법으로 지원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종국 사장은 정대균 MBC본부 수석 부본부장과 진주MBC 노조원 두 명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지난 7월28일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지은 바 있다.
그러나 실제 김 부국장이 ‘해고’ 통보를 받은 진짜 이유는 ‘괘씸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라는 게 진주MBC 구성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김 부국장은 그 동안 주요 간부 보직에 있으면서도 진주·창원MBC 합병 과정에서 김종국 사장의 일방적인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종국 사장이 협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참담하다, 이게 새 출발 하겠다는 사장의 태도인가” 규탄
남두용 언론노조 진주MBC지부 지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해고되신 분은 수년 전 자료까지 다 뒤지고 전부 묶어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며 “이 분들은(징계를 받은 분들) 통폐합 저지 과정에서 간부를 하면서도 김종국 사장의 일방적 부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온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MBC경남이 출범하자마자 사원들을 대량 징계한 것에 대해 “정말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처음부터 구성원들에 대한 협박, 압박 차원에서 4개월 동안 감사를 한 것이기에 이건 분명히 강제 통폐합 과정에서 비협조적이었던 부분에 대한 괘씸죄를 적용한 게 분명하다”며 “이게 새 출발 하겠다는 사장의 태도인지 정말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관련 사안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등 형량 자체도 이렇게까지 중징계가 나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서울MBC의 힘이 작용한 보복성 징계”라고 덧붙였다.
진주·창원MBC 합병을 승인하면서 MBC경남 출범의 계기를 마련해 준 방송통신위원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진주·창원MBC 합병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방통위가 사실상 조건부로 승인했을 때 노사 화합에 대한 부분을 권고했음에도 징계를 한 것은 경남MBC가 벌써부터 방통위의 결정을 위배한 것”이라며 “분명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방통위는 지난 8월8일 진주·창원MBC 합병을 승인하면서 권고 사항으로 ‘합병 과정 등에서 발생한 노사 간 불신 해소 위해 노력’을 언급한 바 있다.
진주MBC노조는 이번 인사위원회 결과에 대해 진주MBC에 재심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작성일 : 11-09-08 09:13
조회 : 643
